
"이 차 너 가져, 농담 아니야."
이렇게 말해 놓고, 속으로는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 진짜 마음과 다른 말을, 스스로 알면서 한 것이죠.
이게 바로 비진의 의사표시입니다.
민법 제107조에서 다루는데,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도 부릅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착오, 통정허위표시와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라 비교하면서 정리해볼게요.
비진의 의사표시란 무엇일까요?
비진의 의사표시는 내 마음속 생각과 겉으로 한 표시가 다른데, 그걸 본인이 알면서 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쉽게 말하면 농담이나 거짓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핵심은 "스스로 알면서" 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속으로는 팔 생각이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이 물건 너한테 팔게"라고 말합니다.
말하는 본인은 자기 진짜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죠.
이렇게 의사와 표시가 어긋난 걸 본인이 알고 있는 상태, 이게 비진의 의사표시입니다.
착오와 무엇이 다를까요?
여기서 착오와 헷갈리기 쉽습니다.
둘 다 "마음과 표시가 안 맞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착오는 그 불일치를 본인이 모릅니다.
실수로 "50만 원"을 "500만 원"이라고 적고, 본인은 제대로 적은 줄 알아요.
비진의 의사표시는 그 불일치를 본인이 압니다.
속마음은 다른데, 일부러 다르게 말하는 거니까요.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가 둘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통정허위표시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통정허위표시(제108조)와도 비교해볼게요.
통정허위표시는 상대방과 짜고 거짓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빚 때문에 재산을 뺏길까 봐 친구와 짜고 "이 집 너한테 판 걸로 하자"라고 가짜 계약을 만드는 거죠.
둘이 합의해서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반면 비진의 의사표시는 혼자 합니다.
상대방과 짜지 않고, 표의자 본인만 진의와 다른 표시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효과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통정허위표시는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비진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예요.
이 차이가 시험에서 자주 나옵니다.
비진의 의사표시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제107조는 효력을 이렇게 정합니다.
[원칙] 표시한 대로 유효합니다
본인이 진의가 아닌 걸 알면서 했으니,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농담이었어"라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상대방은 그 말을 믿었으니 보호받아야 하니까요.
[예외]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효입니다
상대방이 "저거 농담이네"라고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이때는 굳이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무효가 됩니다.
정리하면, 상대방이 선의이고 과실도 없으면 유효, 상대방이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으면 무효라고 보면 됩니다.
[주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설령 무효가 되더라도, 그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무효다"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착오, 통정허위표시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규칙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비진의 의사표시라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의'는 무슨 뜻일까요?
이 부분이 시험 함정입니다.
판례에서 말하는 '진의'는 "마음속 깊이 진짜로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그 생각을 말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회사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고 해봅시다.
속으로는 정말 그만두기 싫었어요.
그래도 "그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판단해서 냈다면?
이건 비진의 의사표시가 아닙니다.
"그만두기 싫다"는 건 궁극적인 바람일 뿐이고, "사직하겠다"는 의사표시 자체는 본인이 선택한 진의이기 때문이에요.
주택관리사 문제로 확인해볼게요
[문제 예시 1]
갑이 진짜로 팔 생각 없이 을에게 "내 부동산을 팔겠다"고 말했습니다.
을은 갑이 농담하는 줄 전혀 몰랐고, 알 수도 없었습니다.
이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 유효합니다.
비진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이고, 상대방 을이 선의이며 과실도 없으니까요.
갑은 "농담이었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문제 예시 2]
갑이 진짜 의사 없이 을에게 의사표시를 했는데, 을은 그게 진의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우 효력은?
→ 무효입니다.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니까요(제107조 제1항 단서).
다만 이때도 그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오늘 내용 정리
비진의 의사표시는 마음과 표시가 다른 걸 본인이 알면서 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착오는 본인이 모르고, 비진의 의사표시는 본인이 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통정허위표시는 상대방과 짜고 하지만, 비진의 의사표시는 혼자 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효력은 원칙적으로 유효이고,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효입니다.
그 무효도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의'는 마음속 궁극적 바람이 아니라, 그 의사표시를 하려는 생각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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